공기는 공공재다. 그리고 공공재를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아침에 창문을 열기 전, 우리는 하늘색을 확인한다. 파란지, 뿌연지. 그날의 기분은 하늘이 아니라 ‘미세먼지 농도’가 결정한다. 언제부터인가 미세먼지는 날씨 예보의 한 줄이 아니라 일상의 공포가 됐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계절 탓, 중국 탓, 바람 탓으로 돌리며 구조적 책임을 직시하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초미세먼지(PM2.5)는 폐 깊숙이 침투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돈다.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조기 사망 위험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사회는 “오늘은 나쁨”이라는 앱 알림에 마스크 하나 더 쓰는 것으로 대응을 끝낸다. 이것은 대응이 아니라 체념이다.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석탄 발전, 경유 차량, 산업단지 배출, 건설 현장의 비산먼지. 우리는 값싼 전기와 편리한 이동, 빠른 개발의 대가를 공기로 지불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그늘이 아니라, 성장 방식의 실패다.
정책도 미봉에 그친다. 고농도 시 차량 2부제, 공공기관 운행 제한 같은 단기 처방은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근본 해법은 에너지 전환과 산업 구조 개편이다. 석탄 의존을 과감히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저장 기술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경유 중심 물류 체계를 전기·수소 기반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같은 경고는 매년 반복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책임의 분산이다. “외부 요인”이라는 말은 편리하다. 그러나 국내 배출 비중 또한 결코 적지 않다. 외교적 협력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국내 개혁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스스로 줄이지 못하는 국가는 남에게 줄이라고 요구할 명분도 약하다.
미세먼지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분명한 사회적 약자 문제이기도 하다. 환기 시설이 부족한 학교, 노후 주택, 야외 노동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공기의 질은 곧 삶의 질이며, 환경 정책은 곧 복지 정책이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우리는 매년 봄마다 “역대 최악”이라는 표현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구조를 바꿀 것인가. 미세먼지를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정책 실패를 용인하는 셈이 된다.
하늘이 회색인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미세먼지는 경고다. 우리가 숨 쉬는 방식, 성장하는 방식을 바꾸라는 경고다. 그 신호를 외면한다면, 다음 세대는 마스크를 일상복처럼 쓰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공기는 공공재다. 그리고 공공재를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