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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민, 표절 업체 따라가 보니 국비 카르텔…서로 일감 주고, 지원 대상까지 스스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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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에서 드러난 업체 관계망에서 서로 일감 돌려

- 장비조합이 알로에 앰플, 반도체 부품 업체가 멜론 캔디 제작 의뢰…보고서도 부실

- 지원받는 기업 대표가 협의체 운영하며 지원 대상 선정

- 장철민 “카르텔 전모 다시 조사하고, 이해관계의 개입 원천 차단해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확인한 표절 보고서 10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보고서를 맡긴 기업과 써준 기관은 임원이 겹쳤다. 이들은 법인을 잇따라 세우고 국비 과제를 서로 주고받았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협의체도 이들이 운영했다. 국비로 일감을 만들고, 그 일감을 자기들끼리 나눠먹는 구조였다. 산단공은 처음부터 이 관계가 담긴 보고를 받고도 개별 표절 사건으로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대전동구)은 대구MBC 보도로 알려진 산단공 표절 사건에서 출발했다. 보고서 표절, 지침 위반, R&D 용역보고서 표절 등 세 사건에 등장하는 기업과 인물을 법인등기, 공단 전체 과제현황과 대조해 이들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연결고리는 기업‧기관 75곳과 인물 31명으로 이어졌다. 


이들이 2021년부터 참여한 국비 과제는 185건, 81억원 규모다. 연결된 과제가 모두 부정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중 일부만 확인해도 산단공이 걸러내지 못한 문제가 잇따라 나왔다. 이 사업은 기업이 과제를 신청하여 선정되면 그 비용을 국비로 지원한다. 일을 맡기는 기업과 맡는 기관이 같은 사람이라면, 국비는 사실상 한 울타리 안에서 도는 셈이다.

 

▪재단 하나, 조합 둘…서로 맡기고, 써주고, 만들어주고 


이들이 만든 관계망의 중심에는 A재단과 B,C 협동조합이 있다. 세 곳은 2022년 8월부터 9개월 사이 차례로 설립됐다. A재단과 C조합은 이사 3명이 겹치고, B조합과 C조합은 감사가 같다.


2024년 표절로 확인된 보고서 10건은 모두 A재단과 B조합이 썼다. A재단은 2024년 6월 20일 하루에만 시장조사 용역 7건을 시작했고, 7건 모두 표절이었다. 10건 가운데 3건은 보고서를 맡긴 쪽과 써준 쪽에 같은 인물이 임원으로 올라 있었다. 자기 사람이 있는 곳에 일감을 주고, 표절 보고서로 국비를 나눠 가진 것이다.


일감은 이들 사이를 돌았다. 장비 분야 협동조합인 B조합은 ‘알로에 앰플’ 시제품 제작을 C조합에 맡겼다. A재단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는 반도체 장비 부품 기술을 이전받았던 회사인데, ‘멜론 캔디’ 시제품을 C조합에 맡겼다. C조합의 ‘과일 젤리’와 B조합의 ‘착즙주스’ 시제품은 두 조합의 감사가 대표인 업체가 만들었다. 이 업체는 세 기관이 설립된 직후 CI 제작도 모두 맡았다. 일감을 맡긴 쪽과 받은 쪽에 같은 인물이 등기된 거래는 모두 11건이었다.

 

▪지원받는 곳이 지원 대상을 골랐다


이 사업의 비R&D 과제는 산학연협의체가 1차로 선정한다. 2021~2024년에는 결과보고서 검수와 사업비 지급까지 협의체가 맡았다.


2024년 경북 협의체 3곳의 운영은 B조합, C조합, 그리고 B조합에서 표절 보고서를 받은 업체가 주관했다. C조합 이사장과 표절 보고서를 받은 또 다른 업체의 대표는 협의체 회장이었다. B조합 대표는 협의체 매니저였다. 지원받는 쪽이 지원 대상을 고르고, 결과까지 검수할 수 있었던 셈이다.

 

▪30억 R&D에도 표절 용역…18년 같은 사업 맡은 담당자, 배우자도 관계망 안에


관계망은 R&D로 이어졌다. 경상북도여성정책개발원이 참여한 R&D 과제 2건(국비 30억 5천만 원)에서 개발원이 A재단에 맡긴 용역보고서의 표절이 확인됐다. 산단공은 최종평가 때 정상 보고서가 제출됐다며 별도 조치 없이 끝냈다. 개발원은 2024~2025년 A재단과 4건, B조합과 1건의 수의계약을 따로 맺었다.


연구위원 본인도 이들과 거래했다. 2021년에는 C조합 이사장이 운영하던 업체의 사업계획서 컨설팅을 맡았는데, 이 보고서에는 엉뚱한 다른 회사의 고용 현황이 들어 있었다. 2024년에는 B조합과 개인 명의 특허 사용 계약을 맺고 돈을 받았다. 개인이 보유한 기술은 지침상 지원 대상이 아니다.


이 R&D에 참여한 개발원 연구위원은 산단공 경북지역본부에서 해당 사업을 담당해 온 담당자의 배우자였다. 이 담당자는 2008년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들어와 순환 근무 없이 18년 동안 같은 사업을 맡았다. 그사이 바뀐 것은 세 차례 직제 개편에 따른 팀 이름뿐이었다. 그는 2024년 표절 과제 10건 가운데 9건의 선정을 팀장 대결로 결재했다. 2026년에는 같은 과제들의 환수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대구MBC 보도가 시작되기 닷새 전 지난 9월 9일 퇴사했다.


한 사람이 18년간 같은 사업을 맡으면 지역 기업과 협의체에 대한 정보와 판단이 그 사람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고용 형태로 순환 근무가 어려웠지만, 교차검토나 업무 분리 같은 견제 장치는 없었다.

 

▪열어 보니 다시 표절…제재부가금도, 고발도 없었다


산단공이 이미 전수조사한 과제에서도 문제가 나왔다. A재단 대표의 업체가 B조합에 맡긴 기획컨설팅 보고서는 음식 프린터용 제어보드 시장을 분석한다며 목적에 맞지 않게 대형 인쇄용 프린터 시장 자료를 실었다. 2023년 과제 2건에서도 기존 적발 건과 별개로 표절이 확인됐다. 


이들의 구조는 처음부터 드러나 있었다. 2025년 2월 표절을 처음 확인한 경북지역본부의 최초 보고자료에는 A재단과 B조합이 문제의 중심으로 지목돼 있었다. 협의체 회장과 매니저가 누구인지도 적혀 있었다. 산단공은 당시 기업 간 연관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처리는 업체에 관대했다. 경북본부는 2025년 5월까지 업체들과 환수를 협의했지만, 산단공은 업체에 대한 최초 조사일을 2026년 4월 23일로 잡았다. 업체들이 그 전인 3월에 돈을 반납한 것은 '조사 전 자진신고'가 됐고, 제재부가금은 부과되지 않았다. 1년 전 적발한 사건이 '조사 전' 사건이 된 셈이다. 형사고발도 하지 않았다. 반납하지 않은 3곳에는 법적 조치를 5년 유예했는데, 그중 한 곳은 이미 지난해 5월 폐업했다. 산단공은 즉시 재산조사에 나서고, 1년마다 폐업 여부와 재산 상태를 확인해 회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철민 의원은 “표절 보고서 열 건만 보면 부실 용역이지만, 이어 보면 국비 카르텔이 드러난다”며 “산단공은 처음부터 이 관계를 보고받고도 개별 표절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의원은 “돈을 돌려받았다고 국민 세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관계망에 속한 과제 전반을 다시 조사하고, 지원받는 업체가 자기 과제의 선정과 검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협의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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