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양평군 / 주민들 삶 힘든데, ‘4600만 원짜리 호화 취임식’
기사수정


지난 1일 공식 취임한 민선 8기 지자체장들 가운데 상당수가 취임식을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아예 생략한 채 현장 행보에 나섰다. 


연일 치솟는 물가에 지난달 대통령이 “국민이 숨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초당적 대응을 당부하는 등 계속된 경기침체와 고물가·폭우 여파 탓이다. 반면 수천만 원의 주민 혈세를 들인 ‘성대한 취임식 행사’를 강행해 빈축을 산 지자체도 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오전 10시 '물맑은양평체육관'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1·2층 좌석에 12개 읍·면 주민들이 꽉 들어차 참석 인원은 2,500명을 넘었다.


무대 양쪽의 대형 LED 전광판과 조명 등의 무대 설치와 팝페라 가수, 뮤지컬배우 등의 축하 공연도 곁들여졌다. 


취임식 사전 홍보를 위해 12개 읍·면 전 지역의 가로등에 홍보 배너도 설치했다. 이날 2시간여 군수 홍보를 위해 총 4,602만원이 쓰였다고 양평군은 밝혔다.

이 비용엔 취임식장과 거리가 먼 지역 주민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관광버스 2대씩 대절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버스 대절 비용을 면 단위 이장협의회와 새마을협의회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반씩 부담한 지역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평군수의 체육관 취임식은 전례가 없다. 1995년 민선 1기부터 전임 군수들은 대개 군청 내에서 직원과 주민들에게 취임 선서를 했고, 직전 정동균 전 군수는 태풍으로 인해 취임식을 취소하고 재난 취약현장으로 갔다.


김선교 전 군수는 2007년 재 선거로 당선된 뒤 맞은 민선 5기 취임식을 무료급식 봉사활동으로 대신한 바 있다. 그는 이어진 민선 6기에서도 취약계층 어르신의 팔 마사지와 어깨를 주무르는 등의 ‘행복 돌봄의 날’로 갈음한바 있다.

전 군수의 취임식을 지켜본 양평읍 주민 A(63)씨는 “전날 양평지역에 쏟아진 폭우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데다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법석인데, 이렇게 성대한 이벤트를 해도 되는지 쉽게 용인이 안 된다”고 혀를 찼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그동안 주민들이 모일 기회가 없었는데, 민선 들어 사실상 처음으로 모처럼 제대로 된 취임식을 개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30일 양평지역에는 평균 171.9㎜의 폭우가 쏟아져 옥천면의 가옥 1가구가 침수돼 이재민 2명이 발생했다. 산 비탈면 개발지의 토사 유출과 축대 붕괴 등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폭우 피해가 속출한 수도권의 다수 지자체장은 호화 취임식 대신 재난 대응 업무로 임기를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기로 한 취임식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쪽방촌으로 갔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도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의 취임식(맞손 신고식)을 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취소하고 도청 재난 안전상황실을 찾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노인복지관에서 점심 배식 봉사활동으로 대신했다.

수원, 용인, 화성, 남양주, 파주, 김포 등 경기지역 대부분 시장·군수들도 마찬가지로 예정된 취임식을 취소하고 유튜브로 통한 취임식 또는 각자 재난 상황 대응 업무에 집중했다.

취임식을 하더라도 비용을 대폭 줄인 곳이 많다. 부산의 한 구청은 초대장 제작비, 공연비 등 500만원 정도의 예산과 행사 준비를 위한 행정력이 추가됐을 뿐이다.


경남 창녕군은 군수 당선자의 뜻에 따라 당초 취임식 예산 2,500만원에서 외빈 초청, 무대 설치 등을 생략해 1,500만원 이상을 줄였다. 절약한 예산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쳐 지역경제 회생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지자체장 위주의 틀에 박힌 이전의 취임식과 다른 풍경을 보여준 곳도 적지 않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은 취임식 대신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공연을 열었고, 공연단체가 공연 수익금 일부를 구내 여학생 생리대 지원금으로 기부하기로 해 의미를 더했다.


전남 강진군은 신임 군수가 현안과 앞으로의 계획을 직접 주민에게 프레젠테이션으로 전달하고,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의견도 듣는 이색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화려한 행사보다 소통과 실속에 초점을 맞춘 ‘작은 취임식’이 어느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양평군의 이번 군수 취임식은 재정자립도에 비해서도 과도한 예산이 투입됐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군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재정자립도는 16.8%로 경기도는 물론 전국에서도 최하위권 수준이다.


취임식을 강행한 부천시조차도 양평군보다 1.000만원 가까이 적은 3.700만원의 예산을 썼다. 부천시의 올해 본예산 규모는 1조8,000억원 규모이며, 재정자립도는 양평군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31.2% 수준이다.

양평군수 취임식 비용을 근로자 평균 소득과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국세청의 ‘2020년 기준 광역자치단체별 근로소득 신고현황’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로소득 1위는 ‘공무원 도시’인 세종시로, 4250만원이다. 2시간 군수 홍보에 쓴 비용이 우리나라 근로소득 1위 지역보다 더 많은 셈이다.

민선 8기 양평군수직인수위원회의 한 위원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이번 취임식에 대해 ‘검소하게 치렀다’고 자평했다.


군청 홍보팀도 취임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검소하고 간소하게 계획하여 군민이면 누구나 참여하는 열린 취임식으로 개최해 모든 양평군민의 화합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fksm.co.kr/news/view.php?idx=5867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친환경우수제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