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기 교수 (법학박사)
▮ 현 경북대 로스쿨 교수
▮ 현 한국부패방지법학회장
▮ 전 한국지방자치법학회장
▮ 전 경북대 로스쿨 원장
<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보다 ‘정당표방’ 허용으로 ‧‧‧ >
일반 행정에서 각종 인허가나 제재‧처분 등의 권한 행사는 지자체장이 행하지만, 교육·과학·기술·체육 기타 학예 사무에 대한 처분권자는 교육감이다. 교육감의 업무 범위가 결코 좁지 않지만, 양자의 지향 방향이 다른 경우에는 심각한 혼란을 초래한다.
헌법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천명하고 있어 정당 추천을 배제하고 있지만, 현실은 교육감 후보자의 출신과 정치역정을 보면 이미 정당 추천이나 다름없다. 교육감 후보자가 정당 추천이 아니어도 쉽게 정치적 성향이 판명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국회의장에게 당적 포기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허울뿐인 무당적[無黨籍]’과 다름이 없다. 즉, 탈당 방식의 편법을 통해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들은 국민의 정치적 혐오감만 부추기고 있다.
한마디로 오십보백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행정과 교육행정 사이의 혼란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은 러닝메이트 제도는 현실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의 한계로 인해 헌법에 반한다. 단순 위헌과 단순합헌 사이의 위헌성 판단에는 여러 스펙트럼이 있다.
실질적 위헌인 헌법불합치에서부터 한정위헌, 한정합헌, 일부위헌 등이 그것이다. 적어도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세워진다면 러닝메이트 제도는 단순위헌 내지 헌법불합치의 영역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헌법은 제31조 제4항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반대 측에서 논거로 제시하는 ‘정치적 중립성’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점에서 정당 관련성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헌법에서 교육감 선출에 있어 “법률로 정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당 추천이 가능한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나서게 하는 것은 그가 법적인 ‘무당적’ 신분과 관계없이 광역단체장 후보와 ‘적극적 제휴’를 맺는 것으로서 법리적으로는 ‘실질적 정당 추천제’에 해당하여 위헌이라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목적은 동일하되 위헌성의 정도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교육감 후보의 ‘정당표방’[政黨標榜]은 그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당표방을 허용하는 것은 현행 헌법 및 교육자치 관련 법률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교육감 후보가 러닝메이트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는, 좌-우-중도파에서 제각기 복수의 교육감 후보자가 정당 표방을 하고 출마한다면, 그것은 당선 이후의 일종의 ‘소극적 제휴’의 예정으로서 헌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이 경우에도 특정 경향의 복수의 후보자가 정당 표방을 하며 출마한 후에 종국에는 특정 1인으로 몰아주기 위한 후보 사퇴로 이어진다면 결국 러닝메이트와 다름 아니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 같은 악용 사례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곧바로 위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정당 추천 단체장과 무당적 교육감 사이의 적극적 제휴를 통한 러닝메이트 제도는 어떠한 논거를 들이대더라도 위헌이다. 따라서 이제는 위헌성 정도가 훨씬 약한 ‘정당 표방 허용’으로 논의의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