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물건을 담을 때 비닐 봉투를 달라고 하면 모른다. ‘비닐’은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성분의 플라스틱 필름(plastic film)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제품이므로 '비닐 봉투'는 '플라스틱 백'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비닐'이라는 용어 사용 때문인지 비닐이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그래서인지 1회용 비닐 봉투 사용량 1위가 한국이다.
2015년 기준 연간 한국의 1인당 비닐 봉투 사용량은 420장이고, 전체 사용량은 216억 장에 달한다. 이에 비해 EU(유럽연합) 주요국의 연간 1인당 비닐 봉투 사용량은 핀란드 4장, 독일 70장, 스페인 120장이며,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그리스가 250장이다.
이는 한국의 비닐 봉투 사용량이 확연히 높다는 것과 비닐 봉투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1년에 단 하루라도 비닐 봉투를 쓰지 않으면 약 5,200만 장의 비닐 봉투가 절약되고,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6,700톤을 감축할 수 있으며, 비닐의 원료인 원유 95만 1,600리터를 아낄 수 있다.
우리가 쉽게 사용하고 버리는 비닐 봉투 사용의 감축은 자원 절약은 물론 환경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보통 페비닐은 매립이나 소각을 하는데, 매립할 경우 비닐 봉투가 분해되는 데에 약 20년 길 게는 1천 년 이상 걸리고, 그 과정에서 산소 공급이 차단되어 토양‧수질 오염을 유발시킨다.
또한 소각을 하면 다이옥신이라는 발암 물질을 배출하는데, 다이옥신은 토양뿐 아니라 생명체 내에서도 수십 혹은 수백 년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특히 폐비닐이 해양에 흘러 들어가면, 바다 생물들이 비닐을 먹이로 착각하여 섭취함으로써 위장에 머물러 죽음에 이르는 한편,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분해된 비닐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렇게 환경과 생물체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비닐 봉투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 놀랍게도 환경을 위해서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즉, 스웨덴 공학자 ‘스텐 구스타프 툴린’은 물건을 살 때마다 사용하는 종이 봉투가 쉽게 찢어지고 물에 취약하여 실용적이지 못한데다, 종이 봉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나무가 벌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명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튼튼하고 가벼운 비닐봉지를 여러번 사용하면 나무의 희생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계속 썼다고 한다.
그러니까 비닐의 개발 목적은 계속 ‘재사용’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원래 개발한 취지에 따라 재사용을 권장하고 싶다. 비닐은 종이보다 가볍고, 물에 젖어도 찢어지지 않아 내구성이 좋고, 이물질이 묻어도 세척이 편하고, 부피가 적어 어디든 넣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친환경 움직임으로 분해성이 좋은 종이가 다시 소비되어 우림 지대의 벌목이 증가하고, 비닐 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나 에코백을 이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에코백은 비닐 봉투보다 최소 131번을 사용해야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외출 시 가방이나 주머니에 비닐의 크기에 따라 2-3개씩 넣고 다닌다. 장바구니나 에코백에 비해 장소나 상황에 제한이 없고, 부피와 무게도 적어 가방이나 옷 등에 휴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